부모 노릇/엄마표 영어

아이를 위한 엄마표 영어_영어책 읽어주기와 영어 영상 흘려듣기 어떻게 시작할까? (한글 티비와 무분별한 유튜브시청부터 끊어라!)

하면 된다 부부 2024. 2. 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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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기 전 우리집 상황

 올해 우리 딸은 한국식 나이로 6살(바뀐 나이 4살)이 되었고 국공립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유치원에서는 일주일에 1번 영어 방과후 수업이 있고, 윙크 학습기로 하루에 5분 정도 영어 학습을 한다. 맞벌이와 육아에 지쳐가면서 티비와 유튜브를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가 리모컨으로 티비에 있는 유튜브 어플에 접속해서 새로운 영상을 끊임없이 바꿔보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는 엄마 아빠가 보여주는 웰메이드 티비 컨텐츠나 유튜브 영상은 재미없고 시시하단다. 유튜브에 있는 다소 의미 없고 자극적인 키즈 채널들을 전전하더니 어느 날은 영상을 1~2분 정도 보다가 계속 새로운 유튜브 영상으로 바꿔본다. 당연히 영어 동요나 영어 영상을 보여주려고 하면 '영어 싫어! 우리말로 보여줘!' 하며 질색을 한다. 티비나 유튜브를 안 볼 때도, 심지어는 보고 있을 때에도 끊임 없이 심심해, 지루하다는 말을 늘어놓는다. 책은 잠들기 전에 2권 정도 읽어줄 때도 있고 피곤할 때는 그냥 잔다. 영어 그림책은 못 알아듣는데서 오는 답답함으로 거부감이 있다. 어찌어찌 달래서 영어책을 읽어주면 무슨 뜻이야? 라고 문장마다 해석을 요구한다. 우리 아이 이대로 괜찮을 걸까...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까?

 

2. 티비와 유튜브 끊기 대작전!

 

유튜브
티비와 유튜브 중독

 

 2.1. 적절한 시기 정하기 - 부모의 몸과 마음이 여유로울 때 변화를 시도할 것!

 

 어느 정도 바쁜 일이 지나고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긴 순간이 나에게 찾아왔다. 나는 이때가 변화의 적기라고 여겼다. 육아를 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아이에게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체력이 단단하고 마음이 여유로울 때 첫 시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바뀐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떼쓰고 난동부리는 아이를 그나마 여유롭게 받아줄 수 있다. '너는 울고 떼 써라 하지만 나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는 단단한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고 마음이 복잡할 때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반발이 거세지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다짐을 철회할 수 있다. 첫번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 두 번째 시도는 더한 각오를 해야 한다. 아이는 이미 크게 떼를 쓰거나 반항하면 부모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끌려간다는 것을 기가 막히게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아이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떠한지부터 살펴보길 바란다.

 어쨌든 나에게는 한참 바쁜 일들이 지나고 여유로워진 때가 찾아왔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티비와 유튜브를 끊기 며칠 전부터 아이에게 친절한 경고 아닌 경고를해주었다. 그렇게 티비와 유튜브를 많이 보다가는 고장나서 못보게 될 거라고 말이다. 너무 많이 보면 고장날 수 있고, 그러면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그렇게 4~5일을 최후의 만찬처럼 마음껏 티비와 유튜브를 즐기도록 내버려두었다. 즐기는 걸 넘어서 티비나 유튜브를 봐도 별로 재미가 없고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유튜브 채널을 마구 바꿔가며 보아도 꾹 참고 버텼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D-day가 되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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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티비와 유튜브 뚝 끊기 - 티비와 유튜브보다 더 재미있게 놀기!

 

 아이가 유치원에 간 사이 나는 티비의 전원을 껐다. 리모컨을 아무리 눌러도 티비가 켜지지 않도록 말이다. 아이는 자신의 운명도 모른채 집에 돌아와 바로 티비를 켰다. 

 "엄마 티비가 안 켜뎌요!!"

 "어떡해! 진짜로 고장이 나 버렸나봐."

 "힝 안돼에에에에~~."

하며 아이가 짜증과 떼를 온몸에 충전하는 사이에 나는 얼른 주의를 환기시켰다. 

 "근데 맨날 티비 보는 거 심심하지 않았어? 티비 못보는 대신에 엄마가 고칠 동안 재미있게 놀아줄게!"

아이는 처음에는 뾰루퉁해했지만 방에서 엄마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감을 한가득 들고왔다. 메모리 게임, 사다리 게임, 젠가, 레고 블럭, 인형 역할극 놀이 등등

사실 그동안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마다 참으로 성의없이 놀아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어느 정도 여유로운 시기였고 엄마표 영어라는 큰 목표를 세웠기에 티비를 잊도록 정말 재미있게 놀아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딸은 혼자 멍하니 티비를 볼 때 보다 엄마, 아빠와 소통하고 대화하는 그 순간을 정말로 행복해했다. 나도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이랑 열심히 놀다보니 목이 좀 아프긴 했지만 꽤 재미있었다. 

그 이후 아이는 하원 후에 리모컨으로 티비를 켜보려고 몇 번 시도는 했지만 거센 반발을 예상했던 거와는 달리 생각보다 티비와 유튜브를 찾지 않았다. 대신 진심으로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놀아주었다. 

 

 

 

2.3. 슬쩍 영어책 읽어주기를 시도하다.

 

 8시 30분에는 잠자는 방으로 함께 들어갔다. 평소에는 거실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잠들 때가 되어서야 방에 들어갔고, 그제서야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너무 피곤했던 나는 내일 읽자며 책 읽어주기를 미룰 때가 많았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열심히 놀아주고 난 후 8시 30분에는 거실 불을 끄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서 한글책 3권, 영어책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읽어준다고 말해줬다. 아이는 "영어책은 싫어, 한글책만 읽을거야!"라며 영어책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

 육아에 있어서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속으로 책과 현실은 많이 다르구나 하며 막막함을 느끼긴 했지만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좋아! 그럼 엄마 혼자서만 읽어야지! 엄마는 진짜 읽고 싶었는데 혼자 읽게 돼서 더 좋다. 와! 책 읽는거 너무 기대돼!!" 다소 과장되게 말하고 나서는 실제로 영어책을 얼른 가져와서는 아이가 보이지 않도록 책을 조금만 펼쳐서 열심히 읽는 척을 했다. 

 아이는 갑자기 재미있는 걸 같이 못한다는 생각했는지 "안돼!!!"를 외치며 책을 보고 싶어서 내 품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약하다. 나는 더욱 과장되게 "아니야. 너는 보기 싫다고 했으니깐 저리가."하며 밀쳐냈다. 아이는 갑자기 필사적으로 변했다. 어떻게든 틈을 비집고 들어온 아이에게 나는 영어책 한권을 정성들여 읽어주었다. 발음에 신경쓰지 말고 또박또박 큰 목소리로 읽어주는 게 중요하다기에 나도 그렇게 읽었다. 목소리 연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웃긴 장면이 나오면 소리를 내면서 깔깔 웃었다. 마치 이 책이 정말 재미있다는 듯이! 

 이 작전이 잘 통했는지 다음날부터 내가 읽어준 영어책 시리즈를 한권씩 뽑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영어책은 무조건 싫어를 외치던 아이였는데 이 쯤이면 꽤 괜찮은 출발이 된 듯 싶었다. 때로는 뜻을 몰라 답답해하며 문장마다 해석을 요구할 때도 있었는데 그 문장 자체를 직접 해석해주기 보다는 전체적인 줄거리를 들려주니 어느 정도 답답함이 해소된 듯 보였다. 

 

 아이가 영어책 읽어주기를 싫어하는 상황에 직면했을때  "제발 영어책 1권만 읽자, 이거 읽으면 ~해줄게." 하고 아이에게 구걸하기 시작하면 절대로 안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억지로 책을 읽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육아나 교육에 있어서 주도권은 꼭 부모가 갖기를 당부한다! 

 

 단 내가 쓴 청개구리식 화법은 나이가 어려야만 잘 통하므로 이 글을 읽게 되는 독자분들은 하루라도 아이가 어릴 때 영어책 읽어주기를 빨리 실천하시길 바란다. 

 

2.4. 다시 티비 틀어주기, 단 영어 영상으로만!

 티비를 안 보는 날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제는 하원하고 와서 리모컨을 애써 켜보는 행동조자 하지 않는다. 티비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걸 아이는 깨달은 듯 하다. 그러면서 또 며칠 이야기해준다. 

 "이제 기사님께 티비 고쳐달라고 할거야. 하지만 티비를 고친다고 해서 엄마가 아무거나 보여주거나 유튜브를 보여주지는 않을거야. 왜냐하면 그러면 어차피 또 망가질 거거든."

아이는 일단 듣는다. 

 "엄마가 영어 동영상 재미있는 거 보여줄건데, 그거 본다고 하면 고치고 아니면 그냥 기사님 안 부르려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는 영어 영상도 좋다고 한다. 아예 못 보는 것 보다는 그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계산이 나왔나보다. 그리고 영어책을 읽으면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많이 줄여놨기 때문이다.

 어느날 하원하고 돌아온 아이에게 티비가 고쳐졌다고 이야기하고 엄마랑 맛있는 간식 먹으면서 영어 영상을 보자고 했다. 초반에 습관을 들일 때는 당근이 필요하다. 어떤 날은 팝콘을, 어떤 날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습관이 들었다 싶으면 간헐적으로만 간식을 주었다. 그렇게 영어 영상 1시간 보기도 큰 거부감 없이 꽤 성공적으로 지금까지 잘 보고 있다. 

 

3.  이제는 끈기 싸움! 

 지금까지 아이에게 영어책 읽기와 영어 흘려듣기 영상을 어떻게 시작하였는지에 대한 나의 경험을 자세히 적어보았다.

영어 교육서에서는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아이가 영어를 즐겁게 느끼도록 하라고.

그러러면 영어책 읽어주기와 영어 영상 시청이 아이에게 즐거운 활동으로 기억되도록 해야한다. 첫 단추를 잘 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부모가 조급한 마음에 아이를 다그치거나 억지로 이끌고 가려고 하면 영어와 더 멀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엄마표 영어를 얼른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너무 서둘러서는 안된다. 우리 아이에게 앞으로 영어를 공부할 시간은 충분히 많으니 아이가 영어를 즐겁게 받아들일 때까지 조금 천천히 여유를 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끈기있는 실천이다. 6~7세 약 2년 동안 하루 20분 영어책 읽어주기와 주 6일 영어 영상 1시간 시청을 해볼 생각이다. 매번 내가 의지를 다지고 다져서 아이를 이끌기에는 부모가 쉬이 지칠 수 있고 오래 지속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루틴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1. 하원하고 돌아오면 1시간 영어 영상 보며 쉬기

 2. 방에 들어가서 잠들기 전에 영어책 2~3권(20분) + 한글책 읽기

 

아이와 나에게 이 과정이 우리집의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도록 초반에는 예외를 두지 않고 실천한다. 이후에 루틴으로 자리잡으면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엄마표 영어를 해보고 싶기는 하나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고민이 많은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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