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일요일, 수원에서 열린 제 22회 경기마라톤 대회에서 제 인생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완주했습니다!
저에게는 마라톤 풀코스에 나가는 그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었고 용기였습니다.
하필이면 마라톤 풀코스를 앞둔 며칠 전부터 중둔근 쪽에 통증이 느껴져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몸에 심한 무리가 느껴지거나 부상의 위험이 있다면 아쉽더라도 언제든지 더 악화되기 전에 dnf를 할 거 라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런데 조심스럽게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어느새 피니시 지점에 도착하게 되었고, 부상 없이 무사히 완주를 하게 되어 더없이 행복하고 기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1. 제 22회 경기마라톤 - 내 인생 첫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다!
제가 나간 제 22회 경기마라톤은 수원과 화성을 달리는 코스의 대회였습니다. 출발 장소는 수원 종합운동장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서 저는 7시쯤 대회장에 도착했습니다. 대회에 모인 참가자도 많았고 스타트 폭죽까지 터져서 신나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첫 풀코스 도전이라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일단 출발하고 나면 그 이후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함께 풀코스를 도전하시는 분들이 약 950명 정도 되었는데, 그 분들께 느껴지는 단단함과 열정에 많은 에너지를 받고 힘이 되었습니다.
2. 중둔근 통증으로 다소 험난했던 도전기!
중둔근 통증이 초반에도 느껴져서 무리를 하면 아예 완주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부터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며 뛰었습니다. 처음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계속 아쉬웠는데 다 뛰고 나서 생각해보니 중둔근 통증이 저를 겸손하게, 그리고 무리하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날씨는 많이 덥지 않고 선선해서 달리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3. 30km는 진정한 풀코스의 시작 지점 - 고비의 순간!
20km까지는 할만하다는 느낌이었는데 30km쯤 되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왜 30km 이후부터가 진정한 풀코스의 시작이라고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출발부터 30km까지 뛴 것보다 30km부터 피니시 지점까지 뛰는 약 12km가 훨씬 힘들었습니다. 이때부터는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들었습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나, 내가 어쩌다가 풀코스를 신청하게 되어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등등의 생각이 들면서 그냥 딱 주저앉아 버리고 싶었습니다.
4. 러너스 하이, 그리고 남은 7km
고비의 순간 함께 이번 풀코스에 도전했던 회서 러닝크루의 크루원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처참한 몰골을 보면서 웃다가 '완주만 하자' 하는 마음으로 둘이 천천히 달리며 서로 아픈 곳은 없는지 챙겼습니다. 바나나도 먹고 서로의 힘듦도 나누다 보니 다시 열심히 뛸 수 있겠는데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피니시 지점에서 만나자며 서로를 격려하고 그때 부터는 각자의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35km 지점 쯤 살짝 러너스 하이를 느꼈습니다. 절대 몸이 가벼울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계속 느껴지던 중둔근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신나게 달리다가 러너스 하이가 끝났는데 그 이후로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7km 정도를 남겨놓고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정말 그냥 달렸습니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도착지인 종합운동장이 보이기 시작했고, 드디어 운동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5. 피니시 지점에 서 있던 아내와 아이, 내 인생의 영화같은 한 페이지를 쓰다.
운동장 안에 들어오고 나서 피니시 지점에 서있는 아내와 아이가 보였습니다. 첫 풀코스 완주의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던 아내에게 컨디션이 안 좋아서 DNF를 할 수도 있으니 오지 않는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너무 고맙게도 피니시 지점에 서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을 보니 너무 뭉클하고 행복했습니다.
제가 4시간 30분이 넘어도 들어오지 않고 연락도 안되는 상황이라 아내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저를 기다리느라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안도한 아내가 눈물을 보였는데, 저도 같이 울컥했습니다. 아이가 팔을 벌려 저를 맞아주는데 마라톤을 뛰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고, 이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습니다.
6. 드디어 완주!
출발한지 4시간 46분만에 첫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였습니다. 도착까지 오래 걸렸고 뛰어난 기록은 아닐 수 있으나 저에게는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첫 기록입니다. 메달을 걸고 사진을 찍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동이 가득한 순간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충분히 회복한 후에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달리기를 즐겨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11월의 jtbc 풀코스 마라톤에 한 번 더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다음에는 컨디션 관리를 잘 해서 좀 더 나은 기록을 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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